폭력적인 남편과 유약한 아내. 으음.
뻔하디 뻔한 스토리. 그래도 용기가 가상했다, 정도의 한줄평...질릴 만큼 불어나는 우울한 가정사, 그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라고 결론지어버린다.
푸르스름하게 질린 남자의 얼굴과 대비되는 목의 검붉은 무늬를 심드렁하게 내려다본다. 덤으로는, 물먹은 빨래처럼 축 처진 팔다리와 꼬인 전선처럼 툭툭 불거진 안구의 가느다란 선들. 방금 전까지 팔을 벅벅 긁어내리며 터질듯 바둥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고요했다.
이 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청부업) 을 하며 깨달은 점은 딱 두 가지.
의뢰자의 사연에 깊이 관여하지 말 것.
사람은 굉장히 쉽게 죽고, 죽은 후에 거창한 일—이를테면 천사니 악마니 강림하셔서 심판을 내린다거나— 따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대단한 정의감에 젖어 칼을 휘두르는 무사도 아니고, 핏덩이에서 희열을 느끼는 광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노련한 농부가 꽉찬 곡식을 거두듯 자연스럽게, 시킨대로...음.
여기 '다된 밥'에 '감정' 같은 게 뿌려지면, 일은 꼭 쓸데없이 꼬인다.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아버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엔딩.
한편, 죽어버린 남자의 아내는 그 모든 광경을 아무 말없이 '관람'하고 있었다. 감동도, 재미도 없는 삼류 영화를 보는 듯한, 그런 멍한 시선... 나는 답지 않게 그 죽은 물고기같은 눈을 해석하고픈 성가신 충동이 들었다.
제게 찾아와 의뢰를 했을 때부터, 잔뜩 튼 하얀 손으로 현금 다발을 턱 올려 놓았다가...또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할 때까지...일관된 눈. 운 나쁘게 인도에 뿌리를 내려 잔뜩 밟힌 민들레같기도 한 그 눈.
연민...이라기엔 지나치게 푸석해. 설령 연민이라 할지라도 왜, 굳이, 지금. 이 여자에게? 아니, 그럴리가 없지. 여기까지 생각한 것만 해도 이미 꼬인 걸지도.
그만. 이거나 처리하자.
차갑고 무거운 몸뚱아리의 오른발을 들어올린다. 그녀의—아마 오랫동안 닦이지 않았을— 뿌연 시선이 맞닿는다.
...잠깐 뜸을 들이다가,
끝났는데요. 기분은.
말하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