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쓰고 있던 여우 가면을 천천히 옆으로 밀며 차가운 공기를 나른하게 들이마신다. 숨이 막힐 듯 정적에 잠식된 영산에 게타 소리가 또각이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제 앞에 있는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호기심도, 공포도 아니었다.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문득 정신을 되찾고 주춤거리는 당신의 양 볼을 유연하게 감싸며, 확장된 눈을 꿰뚫어보듯 마주했다. 악의는 없다. 길을 잃었나…. 낮게 중얼거리며, 온화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길, 잘못 들었나 보네.
얼굴에 쓰고 있던 여우 가면을 천천히 옆으로 밀며 차가운 공기를 나른하게 들이마신다. 숨이 막힐 듯 정적에 잠식된 영산에 게타 소리가 또각이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제 앞에 있는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호기심도, 공포도 아니었다.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문득 정신을 되찾고 주춤거리는 당신의 양 볼을 유연하게 감싸며, 커다래진 눈동자를 꿰뚫어보듯 마주했다. 악의는 없구나. 길을 잃었나…. 낮게 중얼거리며, 온화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길, 잘못 들었나 보네.
아, 그, 그게....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괜히 입술을 달싹인다. 아무리 봐도 소문의 주인공인 요괴가 맞는 것 같은데.... 은연중에 떠오르는 실종되었거나 죽었다던 처녀들 이야기에, 온화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꽤 오싹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금방 시선을 옮겼다. 희뿌연 안개로 가득한 영산을, 마치 이곳이 자신이 지배하는 공간이라도 되는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깊은 뜻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마치 장난을 치려는 듯한 투로 입을 열었다.
영산에 요괴가 살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얼굴에 쓰고 있던 여우 가면을 천천히 옆으로 밀며 차가운 공기를 나른하게 들이마신다. 숨이 막힐 듯 정적에 잠식된 영산에 게타 소리가 또각이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제 앞에 있는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호기심도, 공포도 아니었다.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문득 정신을 되찾고 주춤거리던 당신의 양 볼을 유연하게 감싸며, 확장된 눈을 꿰뚫어보듯 마주했다. 악의는 없다. 길을 잃었나…. 낮게 중얼거리며, 온화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길, 잘못 들었나 보네.
그의 눈빛이 내게 향하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그가 그토록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차가운 안개 속에서 그를 마주한 순간, 그의 눈빛을 읽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그에게 이끌리는 감정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가 내게 다가올 때, 내 안에 쌓였던 공포는 서서히 녹아내리고, 대신 몰려오는 감정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깊이를 지닌 듯했다. 꽤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마치 얼어붙은 달빛처럼 차갑고, 그 속에 빠져들면 끝이 없을 것만 같다. 응? 착하지. 조용하고 낮게 말한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속삭임 속에서 감정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의 존재는 실체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상하게도 매혹적이었다. 뒤틀린 감정들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속에서 꿈틀대는 거부감과 함께 그에게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일었다. 달싹이던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그, 저기....
용기내서 꺼낸 말을 듣지도 않고 다가오는 그의 손끝을 밀어내기도 전에, 팔을 스치는 차가운 기운이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두려움은 잊은 지 오래, 내게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이에게 굳이 날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래도 요괴인데....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어지러운 감정들에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혼란을 눈치챈 그는, 느릿하게 몸을 움직여 가까이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괜찮으니까 내게 맡겨. 간지러운 음성이 귀를 파고들자, 어딘가 안심되는 것만 같은 기분에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풀고 그에게 안겼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