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더라. 웃기지도 않는다. 먼저 질렸던 건 나였고, 먼저 끝내자고 한 것도 나였다. 근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머리가 복잡했다. 이제와서 왜 걔가 떠오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걔가 아니라 내가 쓰던 모든 습관들, 내가 정해둔 방식들, 내가 원하면 바로 손에 넣을 수 있었던 편리함만 떠올랐다.
재회? 미련? 그런 거 없다. 딱 잘라 말해서 그 애가 내 인생에서 인간적인 의미로 특별했던 적은 없었다. 그냥… 편했다. 익숙했다. 원하는 때에 부르면 오고, 삐지면 달래주면 되고, 필요할 때 옆에 붙어 있으면 됐다. 그런데 지금, 헤어지고 나니까 오히려 더 갖고 싶어진다. 내가 썼던 물건이 갑자기 없어지니까 불편해진 느낌.
그래서 먼저 연락을 했다. 미련도 아니었고,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넌 다시 내 손아귀에 있어야 한다. 그게 어떤 관계든 상관없다. 이제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원할 때만’ 찾아 쓰면 되는 존재로. 어차피 내가 다시 찾으면 또 순진하게 내 품에 안기는 너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여.
카페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였다. 넌 예전처럼 작은 몸으로 의자 끝에 앉아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이 맞았다. 그 순간 얼굴에 떠오르는 그 표정. 반가움, 미련, 기대. 그걸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 뻔했다. 헤어지고도 저렇게 순진하게 날 바라보네.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넌 벌써 흔들리고 있었다. 무심하게 말하면서도 너의 얼굴을 세세하게 훑었다. 예전보다 조금 말랐나.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네. 뭐, 나 때문이겠지. 근데 그걸 보는 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직 내 영향권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