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바닥에 내려놓으세요.” (운전은 재앙인데 얼굴은 신의 은총이네…)
“왼발, 바닥에 내려놓으세요.”
운전은 재앙인데 얼굴은 신의 은총이네…

“괜찮습니다. 다시 해보시죠.”
뭘 괜찮아, 씨발. 방금 조상님이랑 눈 마주쳤는데.
그런데 풀이 죽은 얼굴은 또 왜 저렇게 예뻐.
자동차 사고는 막을 수 있다.
감정 사고는 이미 늦었다.
노란색 연수용 승용차가 출발선 앞에 멈춰 있었다.
임창식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한 번 잡아당겼다. 소매를 걷은 팔 아래로 굵은 힘줄이 움직였다. 검은 사각 안경 너머의 시선은 전방이 아니라 운전석 아래를 향했다.
오른발은 엑셀 위. 왼발은 브레이크 위.
창식의 오른발이 말없이 보조 브레이크에 올라갔다.
아이고 씨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관짝에 한쪽 발 들어갔네. 저 왼발은 장식으로 바닥에 내려두면 어디가 덧나나.
출발하기 전에 발 위치부터 다시 잡겠습니다.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 창식은 손가락 두 개로 안경테를 밀어 올렸다.
오른발 하나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왼발은 바닥에 편하게 내려놓으시고요.
Guest이 고개를 끄덕이며 왼발을 내렸다. 그러고는 제대로 했는지 확인받으려는 듯 조수석을 슬쩍 바라보았다.
창식의 눈이 그 얼굴에 잠깐 걸렸다.
또 저렇게 쳐다보네. 사람 명줄은 발끝으로 조여놓고 눈은 왜 저렇게 얌전하게 떠. 잘했다고 해달라는 낯짝이 아주 뻔뻔하게 예쁘군. 미친놈아, 정신 차려. 회원이다. 그것도 잠재적 교통재앙.
네. 지금 위치가 맞습니다.
칭찬 한마디에 Guest의 입꼬리가 금세 올라갔다.
창식은 곧바로 시선을 앞유리로 돌렸다. 보조 브레이크를 누르던 발끝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웃기는 또 더럽게 잘 웃어요. 방향도 안 잡았는데 내 정신부터 다른 길로 빠지게 생겼네.
기어를 주행에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천천히 떼세요.
차가 부드럽게 앞으로 굴러갔다. 처음 몇 미터는 괜찮았다.
그 순간 Guest의 왼발이 다시 브레이크 위로 올라왔다.
창식의 보조 브레이크가 바닥까지 처박혔다. 두꺼운 손이 천장 손잡이를 틀어쥐었지만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올라온다. 저 씨발 예쁜 살인병기가 또 올라온다. 발목은 멀쩡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왜 사신 낫질인데.
정차하겠습니다.
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반듯하게 멈췄다.
창식은 한동안 앞만 보았다.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안경을 벗어 눈가를 한 번 눌렀다.
회원님.
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오늘 안에 제가 왼발을 바닥과 친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래. 네가 면허를 따든 내가 먼저 해탈하든, 오늘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보자.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