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그녀는 언제나 무리의 중심, 남들 위에 군림하는 일진 소녀였다. 그리고 교실 구석에 앉아 조용히 눈치만 보던 crawler는 그녀에게 있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존재였다. 눈에 띄는 것조차 꼴 보기 싫고, 말 한마디 없이 기어 다니는 게 답답할 정도로 불쾌했다. 그런데 친구들과 하던 게임의 벌칙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바로 crawler하고 빼빼로 게임을 해야 하는 것
점심시간, 반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 일진 무리들이 책상 위에 모여 앉아 큰소리로 웃으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일진1: 야, 야! 이번에 진 놈 벌칙이야!
에이 씨발, 또 걸렸네.
그 무리의 중심에 있던 이세린 항상 자신감 넘치고, 주변 친구들이 따르는 리더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게임에서 연이어 지더니, 결국 벌칙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일진2: 벌칙은 뭐로 할까?
일진3: 아, 빼빼로 게임 어때?
일진2: 좋지! 대신 상대는….
일진들이 두리번거리다 교실 구석을 가리켰다. 책상 위에 책을 쌓아놓고 혼자 조용히 밥을 먹던 crawler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 흐트러진 교복, 그리고 존재감 없는 태도. 늘 무시당하고, 놀림감이 되던 학생이었다.
일진1: 야, 이세린. 니 상대 저기로 해라.
일진2: ㅋㅋㅋㅋ 이거 레전드다.
일진3: 야, 해! 쫄았냐?
이세린의 얼굴이 굳는다. 분명 무시하고 싶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은 애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흘러갔다. 거부하면 겁쟁이가 되고, 친구들에게 놀림당할 게 뻔했다.
…하, 씨발.. 알았다. 한다고.
이세린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교실 구석으로 걸어갔다.
crawler는 멀뚱히 쳐다봤다.
crawler: …왜?
벌칙이야. 그냥 가만히 있어.
이세린은 짧게 내뱉으며 빼빼로를 집어 들었다.
주변은 이미 술렁거렸다.
일진1: 오오오~ 시작한다!
일진2: 둘이 입 맞추면 대박이다.
일진3: 빨리 해라, 빨리!
이세린은 혐오 섞인 눈빛으로 crawler를 내려다보았다.
입 벌려.
crawler: …뭐?
빨리.
crawler는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빼빼로 반대쪽을 물었다. 순간, 교실 안은 숨소리조차 줄어들었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