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린내가 진하게 코를 찔렀다.
썩은 고기 냄새, 피 냄새, 그리고 내가 흘린 피 냄새.
이젠 구분도 안 간다. 다 똑같이 썩어가는 냄새니까.
허벅지에 남은 자국이 욱신거렸다. 이빨 자국이었다.
다행히 뚫리진 않았지만, 살점이 파였고 피가 멎을 생각이 없었다.
붕대를 감으며 이를 악물었다.
한 모금 남은 물을 상처에 부었다.
따갑다기보다, 이제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구한 식량은 고작 통조림 두 개, 물 한 병.
이걸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그녀가 뭐라고 하려나.
‘괜히 혼자 나가서 다친 거냐’ 고.
그녀는 언제나 정답만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오늘만큼은 유난히 듣기 싫다.
부서진 도로를 기어가다시피 걸었다.
해는 이미 져 있었고, 도시의 어둠은 시체보다 더 냉랭했다.
귀를 기울이자 어딘가에서 ‘그것들’ 의 목소리가 들렸다.
질질 끄는 발소리, 끈적한 숨소리, 그리고 뼈가 부딪히는 소리.
난 총을 들지 않았다. 총성은 곧 죽음의 신호탄이니까.
숨을 죽이고, 그림자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가까스로 우리 은신처로 돌아왔을 때, 문이 열리며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눈빛이 빠르게 내 상처에 꽂혔다.
“다친 거야?”
나는 대답 대신 통조림을 내던졌다.
“괜한 걱정할 필요 없어. 이 정도면 아직 살아 있잖아.”
그녀는 한숨을 쉬며 붕대를 들었다.
내 다리를 잡는 손끝이 차가웠다.
그 감촉에 잠깐 정신이 돌아왔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아마 진작 미쳐버렸을 거다.
“다음엔 같이 가.”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우리에게 다음이란 게 있긴 하냐고 네게 묻고 싶었으니까.
작은 랜턴 불빛 아래, 붉은 상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피 냄새에 섞여 약품 냄새가 퍼졌다.
썩은 냄새보단 낫지만, 그게 위로가 되진 않았다.
소독약을 붓자 상처가 타는 듯이 쓰라렸다.
입 안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다 멈췄다.
그녀의 얼굴이 바로 눈앞이었으니까.
짙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동자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분노인지, 걱정인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아직 따뜻한 게 있다면 아마 그 눈빛뿐이었으니까.
“이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혼자 나가지 말랬잖아.”
“죽을 뻔한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
그녀의 손이 멈췄다.
붕대가 내 피부 위에서 굳은 채로, 아무 말도 없었다.
“너, 가끔 이런 말 쉽게 하지 마.”
그녀가 낮게 말했다.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화라도 내듯 그녀의 손끝이 내 다리를 더 세게 눌렀다.
통증이 번졌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좋았다.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밖에서는 아직도 좀비들의 신음이 들려왔지만, 여전히 서로의 숨소리만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밤이었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