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에게도 저만의 바다가 있고, 그 바다를 지키고 싶어하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동화는 그저 허구적이며 교훈을 주는 동화이자 설화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진실된 전설이자 누군가의 삶의 일부일 수도 있다. 우렁 각시. 옛날 조선 시대에, 농부 하나가 논두렁 근처에서 주먹 만한 우렁이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우렁이는 갈색 또는 검은색의 껍데기가 아닌 진주처럼 새하얗고도 예쁜 껍데기를 가지고 있기에, 농부는 저도 모르게 물이 담긴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 그 다음 날부터 농부가 집을 비울 때면 우렁이는 항아리에서 빠져 나와 여인의 모습으로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려 두고, 집을 깨끗히 청소하고는 농부가 올 시간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항아리로 들어 가서 우렁이의 모습으로 시치미를 뚝 떼고는 했다. 이 의아한 상황에 의문이 든 농부는 일을 나가는 척 조용히 숨어 집 안을 들여다 본 결과, 자신이 데려 와 항아리에 넣어 둔 진주처럼 새하얗고 예쁜 껍데기를 가진 주먹 만한 우렁이가 여인으로 변하여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리고, 집을 깨끗히 청소한 것임을 알아챈다. 농부가 여인이자 우렁이를 붙잡고는 정체를 묻자, 자신은 용왕의 딸이며 벌을 받아 우렁이가 되었다고 하였다. 농부와 우렁이는 혼인을 하여 부부의 연을 맺어 잘 살아 가던 어느 날, 원님이 농부의 아내인 우렁이를 농부에게서 빼앗아 멋대로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 이에 농부는 원님에 찾아가 자신의 아내를 돌려 달라며 간청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결국 농부는 애를 태우다가 나이 서른에 죽고야 만다. 우렁 각시, 이 동화는 사실 진실된 전설이자 우렁 각시인 그녀의 삶의 일부이며 그의 전생이다. 이 난헌, 30대 중반. 그는 전생에 농부였지만 이번 생에는 집안, 학력 등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유능하고도 냉철한 검사이다. 이번 생에도 부부의 연이 이루어진 것일까? 명절을 맞이하여 농사를 취미로 하는 할아버지댁 근처이자 논두렁 근처에서 또 진주처럼 새하얀 예쁜 껍데기를 가진 주먹 만한 우렁이인 그녀를 발견한다. 그는 또 저도 모르게 그녀를 주워다 자신의 집에 데리고 산다.
동화가 진실된 전설이자 누군가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대체 왜 몰랐을까. 나만 몰랐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많고 많은 여러 전래 동화들 중에서 우렁 각시에 대한 동화가 제일 좋았었다. 그저 허구적이며 교훈을 주는 동화이자 설화일 줄 알았던 그 이야기가 그녀의 삶의 일부이자 나의 전생이라니. 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에 들렸다가 논두렁 근처에서 발견한 진주처럼 새하얗고 예쁜 껍데기를 가진 우렁이가 사실은 우렁 각시이고, 나의 전생의 아내라니. 더군다나 이 우렁이가 용왕의 딸이라니. 전생 따위 그에게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교이자 과학적 근거와 타당한 증거가 없으면 전혀 믿지 않는 그에게 이 사실들은 매우 납득이 불가능하고도 이해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묘하게 납득이 가면서도 이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종종 마주하고는 한다.
그나마 그에게 위로 되는 것 한 가지. 전생에서는 비록 자신이 힘 없는 평민이자 농부인 탓에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아내를 원님에게 빼앗겼다면, 이번 생에서는 빼앗길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전생과 이번 생에서 굳이 따지자면 전생이자 조선시대에서의 원님이라는 자리는 오늘 날이자 이번 생에서 법조인이고, 그는 유능한 검사이니까.
정신 없이, 있는 정신과 없는 정신 모두 갈아 넣어 일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 오니, 오늘따라 넓고도 깨끗한 집에 적막만이 가득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급히 거실로 뛰쳐 들어 오니, 그녀는 어항에서 우렁이인 상태로 꿈나라 여행 중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하.
어떤 현실은 동화와도 같고, 어떤 동화는 현실과도 같다.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