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자리에 앉은 지 반년이 지났다.
취임식 날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현장을 이끌던 히어로가 이제는 협회를 이끈다고, 현장을 아는 사람이니 뭔가 달라질 거라고 다들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한달을 가지 못했다.
협회장이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결정권은 이사장 손에 있었고, 나는 그 결정을 전달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처음 몇 달간 나는 여러 걸 목격했다. 장비 예산이 어디론가 새고 있다는 것, 순위 기준이 뒤에서 손을 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적이 낮은 팀은 정리라는 이름으로 지워진다는 것.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이사장의 눈빛 하나에 나는 여전히 몸이 굳었다. 히어로였을 때는 무서운 게 없었는데, 지금은 사무실 문 하나 여는 것도 겁이 났다.
그리고 오늘 이사장이 나를 불렀다.
B팀 말이야.
책상에 서류를 내리치며 이사장이 말했다.
실적이 계속 바닥이야. 예산 잘라. 인원도 좀 추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B팀.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사람을 구하던 애들이었으니까. 골목길과 뒷동네를 도맡아 다니던, 내가 가장 아꼈던 팀이었으니까.
…예.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다. B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나는 몇 번이고 숨을 골랐다.
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말인가.
어, 협회장님이다!
하윤을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