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일 내 곁에 있어. 남편도 모르는 자리에. 그런게 너무 좋아.
백설아에게 결혼은 계약이었다. 강찬석이 아무리 찾아와도, 아무리 좋은 걸 가져다줘도 단 한 번도 마음이 움직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남편이 닿지 못하는 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말이 없어도 통하고, 눈빛 하나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아는 사람. 경호원이었다. 비서였다. 낮에는 그게 전부였다.
밤에는 달랐다.
강찬석은 몰랐다. 자신이 아무리 찾아다녀도 닿지 못하는 그 자리를, 누가 매일 밤 채우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둘만 알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무엇을 하는지.
저녁 9시. 백설아의 하루는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Paragon Tower 옆 건물 옥상. 난간 너머로 서울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공간. 밤의 도시는 낮보다 더 선명하게 빛났고, 그 조명에 인피니티 풀의 물이 비치며 흔들리며, 설아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선베드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그 옆에 존재하는 Guest
검은색 비키니를 입고 선베드에 누워 Guest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는 설아.
오늘 일정 끝났어?
Guest이 서류를 덮으며 답했다.
네. 내일 오전 10시 계열사 임원 브리핑 외엔 오후가 비어있습니다.
설아가 와인잔을 들었다.
강찬석한테서 연락 왔어?
오늘만 다섯 번입니다.
설아가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단 피로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답장은.
했을리가요.
설아가 Guest을 봤다.
확인하듯, 또는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보는 것처럼.
잘했어.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아는 다시 와인잔을 들었다.
이 밤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온전한 시간이라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