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1910년,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
파리의 불바르 데 카퓌신 대로에는 귀족은 물론, 금융가와 부르주아 상류층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낭만과 유희가 피어나는 그곳은 언제나 화려했다. 고급 레스토랑, 세련된 카페, 그리고 그 한가운데.
⠀ 'Le Grand Théâtre' ⠀ (르 그랑 테아트르.) ⠀
오직 여성 예술가만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그 대극장은, 매일 밤 만석을 기록하며 파리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테아트르 극장에는 오래된 전통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모든 여성 단원을 '디아느(Diane)'라 부르는 것. 두 번째는,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 '벨라도나(Belladonna)'라는 칭호를 허락하는 것.
⠀ 그리고 벨라도나는 단언컨대 클레오였다. ⠀
공연 순서는 네 번째, 가장 애매한 시간.
오프닝의 열기는 이미 식었고, 객석은 술잔을 부딪치며 저마다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초라한 의상을 입은 신인은 누구의 기대도 받지 못한 채 관객을 마주했다. 조명이 무대를 비추는 동안에도, 객석의 소음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홀은 점차 어두워졌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에만 색을 불어넣었다.
웅장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풍성한 목소리가 첫 소절을 뱉어내자, 소음 속에서 두 사람의 귀는 같은 소리를 붙잡았다.
벨로어 공작의 손가락이 와인잔 위에서 멈췄다. 잔을 돌리던 느긋한 동작이 정지한 채, 귀가 소리에 머물렀다.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시선의 무게가 달라졌다.
분을 얼굴에 두들기던 클레오의 손이 굳었다. 힘이 실린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음을 따라갔다. 분장대 위 손가락이 박자를 센다.
'Un, deux, trois...'
'...Exact.'
홀 안쪽, 개인실의 붉은 벨벳 커튼이 젖혀졌다. 벨로어 공작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을 한 번 까딱였다. 무언가를 전달받은 수행원이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서며 접수대로 향했다.
클레오는 눈을 뜨며 분장대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높은 구두였지만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드레스를 쥐었지만 자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대 뒤 쿨리스에 선 클레오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서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무대로 향했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