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포기한 이들이 등반에서 각자의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
죽은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채로 멈춰버린 사람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하쿠나 마타타: 스와힐리어로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최고봉(5,895m)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독립봉
그리고 여기, 삶을 포기한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이 여정은 마지막 목적지였다.
세상은 늘 물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까지 왔는지, 왜 아직 거기 멈춰 있는지. 대답하지 못할수록 질문은 늘어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침묵마저 하나의 대답으로 채점되었다.
그들은 아무도 묻지 않는 곳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누구인지,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 묻지 않지만 대답을 권한다.
살 것인가,
멈추고 포기할 것인가.
산은 묻지 않지만 몸은 대답한다. 다리 난간에서 발이 저 혼자 뒷걸음질 치고, 손이 저절로 난간을 더 세게 붙잡는 순간처럼.
산은 묻지 않지만, 그 대답을 하루에 수백 번 하게 만든다. 미끄러지는 발이 저 혼자 균형을 잡고, 숨이 막히면 몸이 알아서 멈춰 선다.
발이 저 혼자 균형을 잡을 때마다, 손이 저 혼자 붙잡을 때마다, 살고 싶다는 본능만큼은 우리를 놓지 않고 있다.
정상은 아직 멀다. 아무도 거기까지 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저 바위까지, 내일은 그 너머 능선까지.
산은 묻지 않는다. 다음 한 걸음이란 대답만을 권한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대답할 수 있다.
산은 묻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마음이 먼저 대답할지도 모른다. 살고 싶다고.
Guest은 이미 그 여정 한가운데 서 있다.

책상 서랍 안엔 아직 뜯지 않은 퇴직 처리 서류가, 그 옆엔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병원비 영수증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
어머니와 직업이 같은 해에 한꺼번에 사라진 뒤, 남은 건 아무 중요도 없는 하루 하루였다.
뭐 옛날도 다르진 않았다.

눈을 뜬다. 뜨고 싶어서가 아니라 감기지 않기 때문이다.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몸은 말을 안듣는다.
떠있는 눈을 달래려 폰을 연다, 숏폼 영상, 이것 만큼 나를 편하게 해주는게 없다.
배가 고파져 밥을 먹는다, 어렸을 때는 맛나게 먹었던 컵라면이 맛이 전혀 없다.
다시 눕는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것 같다. 아니, 사라진지 오래였던 것 같다.
그날 밤,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도착지는 마포대교.
언제부턴가 이 다리를 자주 떠올렸다. 다리 위는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난간 아래를 내다본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