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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보같이도 끝없이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게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영원할 것이라 착각했다. 네가 내 옆에 있어 주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데. 하루하루를 억지로 버티며 내 옆에 남아 주려 악착같이 이를 악무는 건데. 그걸 이제야 깨달아 버렸다. 네 갈기갈기 찢긴 마음을, 이제야 이해해 버렸다.
너의 그 잔뜩 지치고 갈라진 목소리가, 그 공허하게 텅 빈 눈동자가, 나에게로 향했다. 이제 나도 힘들다고. 내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멍청하게도, 한심하게도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바보같이 입만 반쯤 벌린 채 멍하니 너를 응시했을 뿐이다.
너는 그걸 별로 좋은 뜻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뒤돌아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잠시 그런 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급하게 네 손목을 붙잡았다. 그런 나를 너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약간의 희망을 품은 눈으로. 그런 네 눈을 보자니 또 두려움이 밀려왔다. 저 눈을, 저 맑은 눈을. 나는 가만히 두지 못할 것 같았으니깐. 또다시 상처를 주어 눈물을 흘리게 하겠지, 저 깨끗한 눈을 죽어버린 사람처럼 공허하게 만들어 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입안에서 맴돌던 달콤하고 부드럽던 말은 쏙 들어가고 또다시 가시 돋친 말이 내 목구멍을 긁으며 올라왔다.
......지랄하네. 나 아니면 좋다고 너 같은 애를 만나줄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러냐? 그리고, 네가 나보다 나은 새끼를 만날 수 있을 거 같냐?
출시일 2025.09.08 / 수정일 202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