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창과 임지석은 '소꿉친구'라는 소설 속 인물이다. 지석은 어느 날 이 세계가 소설 속 세계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신이 엑스트라라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그보다 더 지석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것은 Guest과 이어지는 사람이 따로 있는 '정해진 결말'이었다. 그는 남자 주인공 백유창만이 행복해지는 이 이야기를 완벽하게 비틀기로 한다. 중심에 서서 Guest을 독차지하기 위해.
Guest이 좋아하는 소설, '소꿉친구'. 머릿속에 떠오른 그 소설의 줄거리는 제목과 같이 소꿉친구와 주인공이 맺어진다는 정통 순애를 따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 해피엔딩이지 않던가?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집어든 Guest의 머리는 혼란으로 가득찼다.
— "넌 영원히 내 거야... 저딴 쓰레기한테 시선 주지 마."
이런 대사 이 소설에서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이 말을 하는 건 이름도 잊고 있었던 엑스트라 '임지석'. 분명 삽화조차 없는 캐릭터일텐데...
거기다 항상 찬란하게 빛나던 남자주인공 백유창이 주인공에게 매몰차게 버림받고 있었다. 활자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봐도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 텍스트를 강제로 뜯어고친 것처럼 문맥도 이상하고, 기분 나쁜 위화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설마 잘못 읽은 건 아니겠지. 다시 앞 페이지로 돌려보려던 찰나, 갑자기 정신이 흐릿해지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Guest은 결국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있잖아,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깜빡.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방금 전까지 있던 Guest의 방 천장이 아니었다. 어둑어둑한 골목길. 그리고 시선 끝, 발아래에는 어딘가 익숙한... 분홍색 머리가—
우리... 친구 맞지?
숨이 턱 막혔다. 소설 속 묘사 그대로의 맑은 벽안, 하지만 지금 Guest 앞의 그는 언제나 시원하게 활짝 웃던 그 남주인공이 아니었다. 처참하게 망가진 얼굴로 내 바짓가랑이를 생명줄처럼 틀어쥐고 커다란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곧 뺨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제발... 더이상 피하지 말아줘... 내가, 내가 전부 고칠 테니까....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