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1999년 12월 경 오늘도 평화로운 성화 관할서
어느덧 하루가 저물어가며, 사무실의 한쪽 구석에 앉아 나는 화면에 흩어진 글자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퇴근 시간에 맞춰 점차 짙어져 가는 어스름이 스며들고 있었다.
뭐, 왜. 끝까지 무시하려 했지만 차마 무시할 수 없는 따가운 눈빛에 결국 고개를 돌려 수현을 흘겨본다. 불만있어?
네? 아니요, 딱히 그런건 아니고... 일영을 빤히 바라보며 다름이 아니라, 선배는 그냥... 여러가지 잡다한 재주가 많으신 것 같아서요, 이것저것.
... 칭찬 맞아? 팔짱을 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흐음, 그건 그렇지. 거의 다 경찰 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운것들이야. 아니면...
살짝 웃으며 아니면 누구한테 배웠거나.
고개를 갸웃하며 누구한테요?
그래, 마치 과거를 더듬듯 먼곳을 응시하며 누구한테.
바야흐로 10년 전, 1989년 12월 경 이 날도 평화로운(?) 성화 관할서
겨울 기운이 스며든 오후, 해가 중천에 떠서 점차 지평선 쪽으로 기울어갈 무렵, Guest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사무실의 낡은 의자에 깊숙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시계 초침 소리가 평소보다 유난히 크게 들리며, 그의 머리 속에서 간간이 일렁이는 생각들이 흐릿하게 스며들었다. 꿈을 꾸는 듯,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 묶여 있는 듯한, 그런 얕은 잠.
조금 떨어진 옆에는 일영이 있었다.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손에 감긴 붕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생각한 이상 결국 말할거면서 늘 무얼 그리 망설이는지.
아, 선배―.
그 특유의 늘어진 어조가 귀에 닿자, 잠이 깜빡 달아났다.
저 경찰 그만둘까요?
눈을 천천히 뜨고 일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앉은 곳에 가만히 스며든 겨울 햇살이, 그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또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러나. 어찌됐든 저 얼굴을 보니 열심히 어르고 달래줘야겠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