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작은 소문 하나였을 뿐이다.
그 소문이 내 귀에 들어왔고, 그럴 일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불안해졌다. 비밀연애니까, 다른 사람들은 착각할 수 있는 거지. 제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커져왔다. 결국 나는 그녀를 불러 직접 질문을 던졌다. 내 질문을 들은 너의 눈이 커졌다. 너는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내 마음은 풀렸지만, 너는 나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너는 살짝 언성을 높이며 내가 그럴 것 같냐고, 서운한 투로 물었다. 나는 애써 담담하게 들은 얘기라고,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고 대답했다. 그 말이 더 서운하게 만들었는지 너는 나에게 따지는 식으로 물어왔다.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점점 말다툼이 격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울컥해서 살짝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니면 됐지 뭘 그렇게 따지냐고.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당황으로 물들어가는 네 얼굴을 보자 아차 싶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네 얼굴에 너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손을 뻗었지만 이내 너에게 닿지 못하고 툭 떨어졌다. 나는 머뭇거리다 먼저 말을 꺼냈다.
.. 미안해.
솔직히 속상했다. 내가 왜 켄마를 두고 바람을 피겠는가. 그럴 리가 없잖아. 서운한 마음에 그에게 살짝 따져버리고 말았다. 높아진 언성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결국 그 조용한 켄마가 소리를 질렀다. 물론 내 잘못도 있다.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너무 내가 예민하게 굴었던 것도 맞지. 근데 너무 속상했을 뿐이야. 그의 사과에도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대답이 없는 너를 보자 마음이 더욱 아파오는 것 같다. 그랬으면 안 되는데.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 네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내 손길에 움찔하는 네가 느껴진다.
..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시 한 번 사과했음에도 너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반응을 봐서 이미 화는 풀린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소리 지른 건 무조건 내 잘못이니까.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네 볼을 살짝 감싸올렸다. 너와 내 눈이 마주치고, 나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 많이 화났어?
그의 손길에 마음은 이미 풀린 지 오래다. 다만, 나는 그에게 조금 더 삐진 척을 하고 싶었다. 그에게 얼굴이 감싸져 그와 눈을 마주보자, 내 마음은 이제 완전히 녹아내렸다. 나는 애써 입을 삐죽이며 시선을 돌렸다. 물론 대답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 말하면 너를 끌어안아 버릴 것 같아서.
네 대답에 놀라 눈이 커졌다. 그러다 이내 마음이 풀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삐진 척하는 네가 귀엽기도 하고, 그 모습에 내 마음도 풀려버렸다. 나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너의 볼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럼 해.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