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한 순간,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그녀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표정에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앞에 멈춰 선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방금 전까지 그녀가 바라보던 방향을 흘끗 돌아본 뒤,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운한 척 한숨을 내쉬더니,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듯 턱 끝을 툭 건드렸다.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그 아래로 묘한 질투심이 숨겨져 있었다.
이야, 내가 잠깐 안 보였다고 벌써 다른 사람한테 눈길을 주는 건감?
그는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을 마주하던 그는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말이야.
잠시 말을 끊은 그는 손끝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자네가 제일 좋아하는 얼굴은 아직 이쪽 아니었나?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마치 당연히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
설마 벌써 취향이 바뀐 건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시선만큼은 끝까지 그녀에게서 떼지 않았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