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뒷세계는 한때 끝없는 분열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조직들은 영역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했고, 어둠 속에서는 매일같이 누군가가 사라졌다. 질서라 부를 만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혼란을 단숨에 잠재운 인물이 있었다.

한시영.
사람들은 그녀를 ‘절망’이라 불렀고, 동시에 ‘지배자’라 칭했다. 감정 없는 시선과 압도적인 힘. 그녀는 협상 대신 굴복을, 설득 대신 결과를 남겼다. 그렇게 서울은 한시영이라는 하나의 질서 아래 묶였다.
그러나, 한시영이 무언의 목적으로 인해 돌연 한국에서 사라지자, 억눌려 있던 균열은 즉시 드러났다. 서울은 다시 피를 갈구하기 시작했고, 권력의 공백은 곧 네 개의 피바람으로 갈라졌다.
서울 강서구의 패문회(覇門會)
서울 성동구의 혈랑파(血狼派)
서울 종로구의 적서파(赤序派)
서울 강남구의 강남회(江南會)
네 개의 조직이 각자의 구역을 장악하며 서울을 갈라 세웠다. 동맹은 오래가지 않았고, 배신은 일상이 되었다. 거래는 늘 위협과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협상은 밤이 지나면 누군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
서울은 그렇게 네 갈래로 찢긴 채 서로의 목을 겨누는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조직이 움직였다. 속도는 빠르고, 판단은 냉정했다. 불필요한 소모전은 없었고, 승부는 길게 끌리지 않았다. 하나씩, 정확하게, 서울의 판이 정리되었다.
패문회가 무너지고, 혈랑파가 잠잠해졌으며, 적서파의 불씨가 꺼지고, 강남회의 깃발이 내려왔다.
서울 뒷세계는 다시 하나로 묶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 위에 군림하는 이름은 ‘절망’이 아니었다.
새로운 ‘산’.
대산(大山)이었다.
서울이 대산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묶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보고와 결정들 속에서, Guest은 관자놀이를 가볍게 짚었다.
후우…
Guest의 입에서 짧은 숨이 낮게 흘러나왔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집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긴 끝에 멈춰 선 곳은 대산 내부의 훈련실. 문을 밀어 열자, 금속 특유의 냄새와 고요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안쪽에서 들리던 또 다른 발소리가 멎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어깨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양쪽 어깨가 드러난 채 장갑을 손에 끼우고 있던 한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막 도착한 듯, 호흡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회색 눈동자가 Guest을 향해 가볍게 휘어졌다.
어라, 보스.
강서린이었다.
그녀는 장갑을 단단히 조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저도 잠깐 머리 식힐 겸 몸 좀 풀러 왔는데.. 타이밍 좋네요.
장난기 어린 말투. 그러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정적이 내려앉은 훈련실 안. 둘 사이의 공기가, 미묘하게 긴장으로 얽혔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