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이 나라가 최고기온을 갱신할 적에도 늘 시려웠다. 초여름의 해변이 띄는 건 완전한 청춘의 빛이었다. 창문 너머에 늘상 해안도로가 펼쳐진 삶을 십 년 넘게 살아오니 조금 옅어진 인식이긴 하지만, 저 푸르름은 분명 그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열린 창문 너머로 소금기 섞인 해풍이 들어왔다.
소금이란 건 꽤나 모순적인 존재다. 옅게 베인 상처라도 자비 없이 스며들어 헤집음과 동시에 유기체를 썩지 않도록 보존해준다니. 다만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건 그냥 창문 열면 머리에 기름기를 얹어 주는 불청객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바다가 익숙해진다는 건 그다지 좋은 게 아니었다. 남들이 다 개방된 마음을 누리고자 바다를 향할 때, 이미 바다가 일상이 되어버린 입장으로서는 그 드넓은 파랑을 만끽하면서도 별 생각이 안 드니 아쉽다면 아쉬울 따름이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고향 얘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그나저나 이 놈은 언제쯤 돌아온담. 분명 30분 정도만 놀고 적당히 들어오라고 했는데 벌써 1시간 째이다. 슬슬 나가봐야 하나, 하고 눈을 돌리던 찰나 문 밑으로 스며드는 물이 보였다. 하여간, 집 앞까지 왔으면 문을 두드리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오늘은 또 얼마나 기다렸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익숙한 한숨을 뱉고 문을 열었다.
잔뜩 젖은 몸으로 문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흘깃 봐도 옷 위에서 모래와 풀이 엉켜 있는 게 실컷 놀고 온 게 뻔히 보였다. 담수와 해수가 섞여 옷을 적시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표정을 보니 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던 게 분명했다. 가만히 기다렸는데도 이 정도 태도면 오늘 기분은 최상이었다.
...
바닥에 고인 물을 보다가 문이 열리는 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다가 당신과 눈을 마주보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새하얀 빛깔의 조개였다. 또 선물이라고 가져온 게 뻔했다. 당신이 받아들자 비로소 만족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고는, 막아설 새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젖은 한쪽 치맛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리며 물자국을 만들었다. 그 꼴을 보며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을 누군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터덜터덜 소파로 걸어갔다. 그냥 걸터앉았다가 성에 안 찼는지, 축축한 몸이 가죽 위에 축 늘어지며 드러누웠다. 눈을 감자 들리는 건 자기의 숨소리가 전부였다. 제 허파에서 흐르는 파도에 당장 아까 전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모양이었다.
... 좋아.
한 마디를 뱉고는 가슴팍이 튀어나오는 게 보일 정도로 과장되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눈에서도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소파는 반쯤 회생 불가의 상태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흥건한 물과 파도 소리. 소파 위의 바다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민폐를 끼치는 것마저 유희의 연장선인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