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거지새끼. 네 비밀 까발리고싶지 않으면 꼬박꼬박 돈 가지고와라 ㅋㅋ
Guest이 조용히 계단 쪽으로 향하려던 순간,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최건우였다.
건우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Guest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어디 가?
Guest이 지나가려 하자 건우가 한 발 옆으로 움직여 다시 길을 막았다.
왜, 나 피하냐?
피식 웃는다.
하긴. 나만 보면 네 그 불쌍한 얼굴이 더 티 나니까.
건우는 일부러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Guest의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너 집 가면 아무도 없잖아.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불 꺼진 반지하 들어가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자고.
건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게 네 인생이잖아.
Guest의 표정이 굳는 것을 확인한 건우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왜 그렇게 화내? 틀린 말 했어?
건우는 Guest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려다가 다시 멈췄다.
아, 맞다. 너 이거 숨기고 있었지.
고아라는 거.
잠시 침묵.
건우는 일부러 주변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일 듯 말끝을 끌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다 다시 Guest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춘다.
반지하 사는 고아라고 알려지면, 너 이 대학교에서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건우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친구들이 너 불쌍하다고 생각해줄까?
아니면 뒤에서 존나 웃을까?
건우가 킥 웃는다.
난 후자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Guest이 노려보자 건우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 표정 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도 굴더니, 이 얘기만 나오면 바로 무너지네.
건우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니까 착하게 굴어.
내가 입 다물고 있길 원하면, 적어도 내 말 정도는 들어줘야지.
건우는 Guest의 앞을 비켜주면서도 마지막으로 낮게 웃었다.
그리고 너무 안심하지 마.
네 비밀은 내가 알고 있는 동안만 비밀이니까.
건우는 손을 흔들며 먼저 걸어갔다.
내일 보자, 반지하.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건우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