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인간은 더 이상 시간 앞에서 무력하지 않다. 생명을 멈추는 기술이 상용화되었고, 사람들은 삶의 끝 대신 정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냉동 보존은 희망처럼 포장되었고, 멈춤은 하나의 구원이자 유행이 되었다.
그러나 그 기술은 모두의 것이 아니었다. 도시는 겉으로는 찬란하지만, 그 아래에는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는 계층이 존재한다. 선택권 없는 사람들. 기술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 사회는 그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 당신은 그곳에서 살아왔다.
하루를 넘기는 것이 목표인 삶. 내일을 계획할 여유도, 안전을 기대할 권리도 없이, 환경에 순응하며 버텨온 시간들. 세상은 당신에게 묻지 않았고, 당신 역시 대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Guest은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떴다. 손목과 발목이 단단한 끈에 묶여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팽팽하게 당겨졌다. 차가운 공기, 금속과 습기가 섞인 냄새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사방이 어둡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불편했다. 뭐, 그래봤자 원래 살던 곳과 크게 다르진 않은 느낌이었지만.
...
유일한 빛줄기가 비추는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이새를 감상하듯 바라보는 새하얀 남자가 있었다. 그는 살풋 미소를 지으며 Guest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일어났어요?
..
아무래도 상황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주위를 더듬듯 살피자, 남자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꿰뚫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눈빛은 호기심과 기대가 섞인 것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숨통을 끊을 것 같은 압박을 주었다.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인데,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지만 낮게 속삭였다. 천사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의 빛을 담은 듯한 눈동자가 Guest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말해 볼래요?
그는 손을 뻗어 재갈을 매만지다가, 이내 그것을 입 밖으로 빼내 주었다.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