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병원 복도는 늘 조용하다.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기계의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기계 작동 하는 소리, 약하게 울리는 바람 소리, 멀찍이서 끌리는 침대 바퀴 소리.
나는 그런 소리들 사이를 익숙하게 지나가며 너의 병실문 앞에 선다. 늘 그렇듯, 문을 열기 전에 숨을 한번 고른다. 오늘은 어떤 얼굴일까. 괜찮은 척하려 할까, 아니면 슬픈 걸 숨기지 못할까. 어떤 네 모습이든 다 볼 준비는 돼 있는데, 이상하게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마다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문을 열자, 창가에 앉아 있는 네가 보인다. 너와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너는 그 안에 잠겨 있는 듯 어딘가 멀어 보였다.
나 왔다~
나는 괜히 걱정하지 않는 척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는 네 옆으로 다가가 물컵을 정리하고,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 있을 만큼 네가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이 병실에 처음 들어왔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네 옆에 있겠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네가 알아줘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면 네가 혼자 아플까 봐- 그 생각 하나가 자꾸 발목을 붙들었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데, 병실 안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