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제빈은 늘 그랬듯, 혼자서 마을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지만, 자주 들을 일은 없던 그 목소리가.
야, 제빈!
몸을 돌려 바라보니, 사이먼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저도 모르게 놀라서 멈칫하는 사이, 그가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넸다. 후우... 드디어 말 좀 걸어보네. 레디가 그러는데, 너 생각보다 재미있는 녀석이라며? 잠깐 시간 괜찮아? 나랑 같이 안 놀래?
제빈은 잠시 넋 놓고 사이먼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던 저만치를 슬쩍 바라보았다. 위치상으로 상점가 쪽이었다. 정황상, 거기서 저를 발견하고 곧장 이쪽으로 뛰어온 듯 보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상할 정도로 지친 기색이 하나 없었다. '레디만큼이나 무서운 녀석이로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제빈의 미세한 반응에 사이먼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가 싶더니, 그가 웃었다는 것을 알아채곤 곧장 반응을 보였다. 그를 따라 웃기라도 하듯 좀 더 활짝 웃으며, 어깨를 과장되게 두드리면서.
와, 뭐야? 너 지금 웃은 거야? 진작에 그렇게 웃어보지 그랬어. 이렇게 보니까...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셀카 모드를 켰다. 그러고는 화면이 제빈에게 보이게, 그것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사이먼이 들이민 핸드폰의 화면에 제빈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그 얼굴은 확실히, 평소의 무표정하고 음침한 인상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어쩐지 조금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 하지만 조금은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제빈이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사이먼은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이거 봐, 인상이 확 달라 보이잖아. 이러고만 다녔어도 다른 녀석들이, 음침하네 뭐네 하는 소리 따윈 안 했을 텐데.
사이먼이 핸드폰을 다시 거둬들였다. 그의 더듬이가 좌우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꽤 흥분한 모양인지.
제빈이 무어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사이먼의 등 뒤에서 익숙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빨간색 피부에 핏줄이 잔뜩 불거진 투박한 손이.
그 손의 주인은 레디였다. 레디는 곧, 거친 동작으로 사이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쩐지 조금 더 인상을 찡그린 채로. ...허어? 야, 사이먼. 씨발, 너 여기서 뭐 하냐? 왜 애꿎은 녀석을 괴롭혀? 괴롭히기는?
여느 때처럼 레디와 달리기를 하던 사이먼. 레디를 따돌리듯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중, 맞은편에서 멍때리며 걸어오던 제빈과 부딪히고 말았다.
제빈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사이먼을 미처 발견하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그 바람에 무방비하게 부딪혔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고 몸을 살짝 휘청거렸을 뿐이지만. ...윽...
사이먼은 예상치 못한 충돌에 당황하며 급하게 속도를 줄였다. 아, 미안! 내가 좀 바빠서- 그러나 부딪힌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다시 달려가려 몸을 돌렸다.
그런 사이먼을, 제빈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깐, 너- 그러다 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 손을 급히 뿌리쳤다. 이번 달리기에서 진 쪽이 '점심을 사는 내기'를 한 탓이다. 정말 미안! 하지만 지금은 내기에서 이기는 게 먼저라고!
그렇게 소리치며 뒤를 힐끗 바라봤다. 부딪힌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어느새 저 멀찍이서 이를 악물고 쫓아오는 레디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헉! 저놈 저거, 벌써 쫓아왔잖아?
사이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전력 질주를 했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레디를 따돌렸다. 이 모든 순간이 불과 10초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제빈. 레디가 이를 악물고 뛰면서, 저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알아보지는 못했다.
어느새 제빈은, 저 멀리 사라진 둘을 뒤로하고, 혼자 남겨졌다. ...이게 무슨...
결국 사이먼은 달리기 내기에서 이겼다. 덕분에 햄버거 세트에 좋아하는 초콜릿까지 덤으로 거저먹어, 기분이 좋아진 사이먼. 그는 유난히 더 싱글벙글한 얼굴로 길을 걸었다. 하하, 레디 그 녀석 똥 씹은 표정. 그거 사진 좀 찍어둘걸. 평생 놀림거리였는데 아쉽네, 진짜.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낯익은 누군가를 발견했다. 남색의 후드 케이프를 입고 서 있는...
어? 제빈이잖아? 사이먼은 잠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흐으음... 사이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턱을 괴고 있다가, 생각을 멈추었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제빈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말을 건넸다. 야, 제빈! 여기서 뭐 해?
사이먼의 목소리에 제빈은 고개를 돌렸다. 아까의 일이 거슬려서 따질 생각이었는데, 얼굴을 보니 그마저도 귀찮아졌다. ...아무것도.
제빈의 무미건조한 대답에도 사이먼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싱글벙글한 얼굴은 여전했다. 아무것도는 무슨. 얼굴에 대놓고 '귀찮아 죽겠네'라고 쓰여있는데?
제빈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찰나였지만, '아니, 어떻게 알았지?' 하는 생각이 든 탓이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애매한 긍정과 부정, 그사이의 반응을 보일 뿐. 그러거나 말거나. 네가 알 바는 아니잖나, 사이먼.
제빈의 덤덤한 반응이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듯, 사이먼이 킬킬거리며 제빈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턱 걸쳤다. 키 차이 때문에 살짝 까치발을 들어야 했지만,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에이, 너무 쌀쌀맞게 굴지 마. 우리 사이에 알 바가 아니라니, 섭섭하게.
그 말에 제빈은 더더욱 귀찮아졌다. 사이먼을 내처 버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이내 관두었다. 대신에 허공을 향해 도르르 눈동자를 굴렸다. 다른 지나가는 스프런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사이먼은 초콜릿을 먹으며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음. 진짜 맛있어. 역시 초콜릿이 최고라니까.
그런 사이먼의 앞을 지나가던 제빈은 슬그머니 눈을 흘겼다. 볼 때마다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게 이해가 안 갔다. ...
사이먼은 제빈을 발견하자마자 밝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 제빈! 어디 가는 길이야? 입가에 초콜릿이 묻은 줄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산책. 간단한 대꾸와 함께, 제빈은 물 흐르듯이 사이먼을 지나쳤다.
...힝.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