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비가 쏟아져 내리던 밤. 길고 길었던 야자를 끝내고 어둑한 복도를 걸어 나오자,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가 교정의 불빛을 흐릿하게 번져 보이게 했다. 젖은 흙냄새가 눅눅하게 코끝을 스쳤다. 당신은 우산도 없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교문 앞을 지날 때, 익숙한 검은색 중형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비를 뚫고 뛰어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운전석에 앉은 이반은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희뿌연 연기가 차 안을 채웠다. 당신이 타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한참 만에, 그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나직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가라앉아 있었다.
왔어?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