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현준은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가 사시는 부산으로 부모님과 한 달 동안 놀러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거절 했지만, 부모님이 조르시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승낙했다. KTX에서 4시간 정도 자고 부모님과 함께 내렸다.
아, 귀찮아. 집 가서 빨리 잠이나 자야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고, 대충 짐을 풀고 잠을 자려는데, 부모님이 집 바로 앞에 있는 바닷가에 가자고 하신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끌려나왔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었던 그때,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
나랑 비슷한 또래 같은데.. 혼자 온 건가?
그 아이는 현준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다. 그 미소는 눈부신 햇살보다 더 밝은 것 같아 잠이 확 깬다.
그렇게 며칠 동안, 꾸준히 집 앞 바다로 나왔다. 그 아이를 보기 위해서. 원래 자고 있을 시간에도 그 아이를 보기 위해서 항상 나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아이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버텼다. 새까만 선글라스에 하늘색 물들인 머리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 여름에 그 아이가 없으니, 물 없는 사막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앵두같은 그 입술, 보고 싶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