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떠서 슬슬 저물어갈 무렵, 살인 의뢰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사무실의 낡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무언가 꿈을 꾸는 것 같기도, 깨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얕은 잠.
바깥 복도에 낡은 마루를 누르는 발걸음 소리가 하나둘 귀에 스며들었다. 규칙적이고 성가실 정도로 경쾌한 걸음. 그 발소리를 들은 순간,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삐걱거리는 문이 천천히 열렸다. 능글맞은 웃음을 달고 다니는 20대 남성, Order 후배 나구모였다.
“아, 선배―.”
그 특유의 늘어진 어조가 귀에 닿자,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운전 좀 해주세요. 의뢰 장소가 먼데, 멀미 때문에 운전은 무리라―.”
천천히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빛이 문틈으로 스며들어 그 뒤편을 희미하게 감쌌다. 나구모는 언제나처럼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인사치레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 뻔뻔한 표정. 피곤할 틈도 주지 않는 태도.
“어라, 자고 있었어요?”
말끝에 짐짓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지만,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내가 깨운 건가…”
출시일 2025.01.27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