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봄이었다.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이하연은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녀가 내게 관심이나 있을까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금방 가까워졌다. 늦은 밤 도서관에서 함께 과제를 하고, 축제 땐 둘이서만 빠져나와 조용한 벤치에 앉아 밤공기를 마셨다. 그리고… 고백은 내가 먼저였다. 첫사랑이었다. 처음이라 서툴렀고, 그래서 더 깊이 빠졌다.
그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스래 이별을 고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서로가 너무 다르다고. 더 깊어지기 전에 그만두자고. 나는 깨졌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연애 경험이 많은 척, 감정에 무심한 척… 그렇게 굴었다. 그렇게 혼자를 위로하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팀 막내로 들어온 회사는 적당히 바빴고. 적당히 숨 쉴 틈도 줬다. 사람들과 적당히 친하게 지냈고, 커피 돌릴 땐 웃었고, 점심시간엔 농담도 주고받았다. 가끔씩 동기들이 내게
하고 물으면,
글쎄, 한 20명은 넘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넘겼다.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어차피 아는 사람은 없을테니, 조금의 허세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