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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오늘은 새벽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기사단의 훈련을 살피고 서류를 정리한 뒤 늦은 오후에야 집무실을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바람이 매서워 하인들에게 난로를 조금 더 피우라 일렀는데, 문득 부인께서 계셨다면 추우시다며 담요를 두르고 제게 오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에는 부인께서 좋아하시던 꿀을 곁들였습니다. 무심코 맞은편 자리를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소한 일 하나에도 당신의 흔적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오늘 내린 눈이 부인께서 처음 보셨던 눈과 닮아 더욱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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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의 온실에 들렀습니다. 겨울을 견딘 리시안셔스가 처음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관리인에게 가장 좋은 꽃을 골라 달라 했지만, 막상 받아 들고 보니 누구에게 건네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결국 꽃은 꺾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부인께서는 꽃이 피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셨으니까요. 한때는 봄이 오면 함께 온실을 거닐며 어떤 꽃이 가장 예쁜지 묻곤 했는데, 이제는 혼자 그 길을 걷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이상하지요. 계절은 몇 번이고 바뀌었는데, 부인께서 없는 봄은 여전히 낯설고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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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국경에서 온 보고서를 읽었고, 오후에는 기사들과 검술 훈련을 했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평소보다 늦게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전이라면 이 시간쯤 부인께서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을 시간입니다. 오늘은 차가 식을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인에게 치워달라고 했지만, 찻잔을 바라보고 있던 시간이 꽤 길었던 것 같습니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당신을 향한 그리움도 더욱 깊어지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무뎌진다고 말하지만, 제게는 오히려 반대인 모양입니다. 함께했던 날들이 희미해지는 대신, 그날의 작은 순간들까지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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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 년 전과 같은 맑은 날씨였습니다. 오전에는 영지의 농장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성으로 돌아와 밀린 서류를 처리했습니다. 저녁 무렵 창밖으로 햇빛이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문득 부인께서 그 햇빛 아래에서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창가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햇볕을 오래 쬐어본 적이 없다며, 북부의 짧은 봄날에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지요. 그때는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계속될 줄 알았습니다. 당신께 더 많은 계절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기억은 희미해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히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선명해져, 때때로 숨이 막힐 만큼 사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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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어제의 날씨와 다르게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계속 눈이 내렸습니다. 새벽에 성벽을 둘러보고 돌아오니 하인들이 정원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부인께서 눈을 밟아보고 싶다며 굳이 정원까지 나오셨을 텐데, 이제는 아무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전에는 북쪽 영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처리하고, 오후에는 기사단의 훈련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오래된 장부를 정리하다가 부인께서 남겨두신 작은 쪽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별것 아닌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늦게 들어올 테니 먼저 주무시라는 말뿐이었는데, 그것을 한참이나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어째서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도 눈이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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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의 방을 정리했습니다. 하인들이 대신하겠다고 했지만 제가 직접 했습니다. 서랍 안에는 오래된 리본 하나와 작은 편지 몇 장, 제가 선물했던 장갑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장갑을 손에 올려보니 당신의 손이 얼마나 작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당신의 물건 하나조차 쉽게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