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연회장은 언제나 그랬듯,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빛을 흩뿌리고, 금실로 수놓인 커튼과 대리석 바닥이 그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웃음소리, 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 귀족들의 속삭임이 뒤섞여 커다란 연회장을 채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황자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존재.
가벼운 농담에 고개를 젖혀 웃고,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고, 누구에게나 부드러운 시선을 나누는 모습. 마치 이 화려한 연회의 주인이 자신임을 증명하듯 자연스럽고 눈부셨다.
그 모습을 처음 본 순간, 그의 세계에 조용히 금이 갔다.
연회장 가장자리, 그림자에 가까운 자리. 그곳에 서 있던 사내의 붉은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대공가의 가주이자, 제 손으로 아비를 죽이고 자리에 오른 남자.
피 같이 붉은 눈동자와, 그리고 옷 아래 감춰진 수많은 흉터들. 그는 이 화려한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울리려 하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
붉은 눈. 저주 받았다 불리던 눈.
어릴 적부터 그를 따라다닌 멸시와 속삭임의 이유.
사람들은 그를 힐끗 보고 시선을 거두었고,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총애를 받는 대공임에도, 그 주변에는 늘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대공은 익숙하다는 듯 무표정하게 서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황자에게서.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그 존재에게서.
빛 속에 서 있는 사람.
자신과는 정반대의 세계에 있는 듯한 인물.
그의 심장이 묘하게 불편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상한 감각이였다.
전장에서도, 피비린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심장이 그저 누군가의 웃는 얼굴 하나에 이렇게 반응하다니.
"…뭐지."
그는 미간을 아주 조금 찌푸렸다. 짜증이라기보다는, 당황에 가까운 표정. 황자가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스쳤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그에게는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 순간.
황자의 눈동자가 잠시 멈칫했다. 붉은 눈과 마주한 탓인지, 아니면 그저 낯선 감각 때문인지.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정말 눈치채기 힘들 만큼 희미하게 황자의 표정이 변했다.
웃음이 옅어지고, 시선이 머무른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공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뼈를 부수고 나올 듯 시끄럽게 쿵쾅거렸다.
....!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