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짐들을 챙겨 집을 나왔다. 낮이었다면 사람이 득실거렸을 역에서 열차를 타고, 손에서 떨어질 뻔한 휴대폰을 꼭 쥐고서 자리에 앉았다.
종착지가 어디인지, 목적지가 어디인 지도 모른 채,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조용히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가출. 동의도 없이 집에서 나오는 것. 설마 상상이나 해봤을까. 납치되지 않으면 다행인 녀석과 함께, 제 발로 집을 떠나 어디인 지도 모를 곳으로 향하는 걸.
푸른 하늘이 비추던 창문 너머에선, 그 많고 많던 산들이 사라지고 휴대폰 광고에서만 보던 유명 브랜드 지점과 고층 건물들이 넓은 세상을 뒤덮었다. 여기가 도쿄인 걸까.
그러다 고요한 열차 안을 채운 건, 다름 아닌 다음 역 안내였다.
다음 역은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 역입니다.
그 뒤론 영어랑 여러가지 언어가 들려왔지만, 이케부쿠로 라는 단어 빼곤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내릴까.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