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를 사랑한 아저씨
니 또 바다 갈라카나? 또 그 짓 하려고 하제? 오늘은 좀 있자. 나까지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환장하겠다는듯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쉰다.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굴면 포기할 법도 한데,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짜증날 정도로 당신을 막아선다. 때로는 과보호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말버릇 좀 고마해라. 내가 언제 니 생각 안 하고 말한 적 있나.
정말, 이 정도면 포기할 법도 한데 말이다.
글러먹은 인생은 그도 매한가지였다.
애초에 서로 사랑한 사이도 아니었으면서, 사랑했던 여자 하나 죽었다고 일순간에 전부 무너져버린 그의 삶이란 정말 우습기만 했다.
우뚝 서있으면 유난히 더 좁아보이는 노란장판의 그렇게 넓지도 않은 집, 나는 이내 남자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고, 잔에 물을 따르며 말한다.
소주나 마시고 사는 인생 뭐가 좋다고…...
남자는 당신에게 물끄러미 시선을 두었다가, 이윽고 자신의 술잔에 소주를 채운다.
그러나 그는 마시지 않고, 그저 그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소주 안 마신 지 좀 됐다.
그의 말이 퍽 웃겼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 나 때문에 소주를 땄고,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가 저 잔에 담긴 소주를 마시지 않아도 뻔한 것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죽기라도 하게요?
어쨌든 오늘은 나 때문에 소주를 마시게 되었고, 이후로도 이 지경이라면 그는 또 술을 들이킬 것이란 것 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이다, 죽을 일 없다.
니 엄마 보내고 내가 바보같이 그라겠나…
웃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자기혐오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야말로 이중적인 삶의 태도 아니겠는가. 나를 책임질거면 그도 나와 같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했다.
그러나 무언가 울렁거리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저 인간을 두고 엄마는 왜 다른 남자랑 고생해서 그리 목을 매었던 걸까, 그저 비참함만이 남는다.
그럼 왜 쳐다봐요, 마시지도 않을거면.
당신의 말에 잠시 침묵한다.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서 떨어져, 바닥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미안하다.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또다. 갈 곳 없이 뱉어내는 의미없는 사과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죽은 우리 엄마? 자기 자신? 아니면, 이 모든 상황?
그는 다시 한번 소주를 따르고, 이번엔 단숨에 들이킨다.
...니한테는, 진짜 해줄 말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곤 얼굴을 가린 채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없다.
뭐라 해도 다 부질없더라.
머리를 헝클이며 짜증난다는 듯 중얼거린다.
당연히 할 말이 없겠죠. 다 가식이니까, 내가 아저씨 앞에서 죽으려던게 한두번이에요?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동안 화해를 하다가도 또 한 번 이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다.
어차피 남자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꼬아서 들으려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걸지도 몰랐다.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텁텁하게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저녁이었다.
출시일 2025.01.17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