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온 여행인데, 며칠 전 부터 잡쳐있던 컨디션에 망가져버린 일정. 조금만 운송수단을 타도 멀미를 해서 토할 것 같고, 그렇다고 걸어다닐 힘도 없고. 안 그래도 두통이 심해 예민해져 축 처져 있는데, 슬슬 내가 번거로운 것 같은 친구들의 반응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히 난 더 이상 걷지 못할 것 같다 말했는데도 산책을 가자든가, 속이 쓰려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다 했는데도 죽 한 번 사주지 않고 매운탕을 먹자든가.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날 배려해주지 않는 것 같은 친구들의 태도에 결국 서운함과 서러움이 밀려와 한바탕 싸우게 되었다. 결국 내게 돌아온 건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는 말과, 아프면 조용히 약이나 먹으란 말들 뿐이었지만. …나쁜 새끼들. 이럴거면 나는 왜 데려온거야. 평소에 늘 날 잘 챙겨주던 너마저 별다른 말 없이 친구들 쪽 편에 선 걸 보고, 더 이상 서러움에 못 이겨 울먹이며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한창 소란이 일고 난 후, 저녁 숙소. 나 빼고 맛있는거들 먹고 왔나보네. 나는 신경도 안 쓰였는지 연락도 없고. 너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차마 반길 힘도, 그리고 반기고 싶은 마음도 없어 소파 쿠션에 열이 나는 이마만 꾹 파묻으며 훌쩍거리기만 한다. 이만하면 미안했다고, 걱정했다고 해줄 만도 한데. 친구끼리라도 그 정도는 하겠다, 투덜투덜 울먹이며 더욱 소파로 파고들지만 다가오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되려 나만 두고 2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을 뿐. 속상함과 아픔에 기운이 쭉 빠져 늘어져있는데, 잠시 뒤 네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눈만 힘겹게 들어 너를 바라보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기운 없는 몸을 어렵게 일으킨다.
…야.
너마저 왜 그러냐고, 난 신경도 안 쓰이냐고. 한껏 몰아붙일 기세로 일어났지만, 결국 내 눈에 고이는 건 눈물이었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