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고 푸른바다가 있는 청해마을에 사는 나.
살면서 병원에 갈 일이 유난히 많았다.
어릴 때부터 덤벙거리는 성격 때문인지 넘어지고 다치는 건 일상이었고, 이 작은 바닷마을의 보건지소는 어느새 익숙한 곳이 되어 있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었다.
방파제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졌고, 평소처럼 치료를 받으러 보건지소를 찾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익숙했던 풍경 속에서 낯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창가에 앉아 차트를 넘기고 있는 남자.
새하얀 머리칼과 깔끔한 흰 가운.
마을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햇살이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가운데,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솔직히 말하면, 너무 잘생겨서.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괜히 시선을 피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이름은 강바다.
서울에서 내려온 공중보건의였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울먹이는 아이는 능숙하게 달래고, 사소한 상처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사람.
그래서였을까.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마을 사람들은 이미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감기에 걸리시지도않았는데 보건소에 가신다는 소문도 돌고있다.
그리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러 다쳐서 방문하는 날이 늘어났고, 그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오늘도 그가 해주는 잔소리를 들으러 갈 예정이다.
오전 10시 20분.
오늘도 평화로운 청해마을 보건지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진료실 안에 울려 퍼질 때마다 환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어르신들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울먹이는 아이는 능숙하게 달래는 사람.
윤슬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공중보건의, 강바다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 보건지소 입구 너머로 작은 체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릎을 절뚝이며 걸어오는 익숙한 모습.
강바다는 한눈에 누군지 알아봤다.
또 다쳤네.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다는 듯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천천히 다가간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 귀요미.
낮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오늘도 다쳤어?
걱정과 애정이 잔뜩 묻어나는 눈빛.
오빠가 조심하라고 했지.
마치 오늘 날씨가 좋냐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인사.
하지만 청해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강바다가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Guest을 바라볼 때만큼은 특별하게 다정하다는 것도.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