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살대에서 단연코 불필요한 감정은 무엇인가? 오랜 고민의 결과는 사랑이다. 언제 죽고 언제 다칠지 모르는 귀살대에서 사랑이 피워오른다는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는 불필요한 감정은 슬픔, 괴로움 이런 감정들이겠지만 귀살대에서는 다르다. 행복이나 사랑, 즐거움이나 이러한 감정들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귀살대에겐 독이다.
그치만..하주님은 독사신가보다. 귀살대에서 가장 불필요한 감정은 사랑이다-! 라며 외치고 다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 하주님을 보자마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상현 혈귀를 만났을때 뛰는 심장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뛴다고. 나, 사랑에 빠졌나봐.
요새 그 애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묘하게 쳐다보는 눈빛, 고개를 돌리면 황급히 피하는 시선까지. 자기가 먼저 본 주제 고개를 돌리는건 무슨 생각이지? 그치만 묘하게 나쁘지 않다. 왜?
오늘도 이름 모를 그 애가 기둥 뒤에서 날 쳐다보고 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제 뭘 했는지, 오늘 뭘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쟤는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기분 나빠야할 훔쳐보는 시선이, 쟤가 본다고 생각하니 마냥 나쁘진 않다.
저기, 너. 뭐하는 거야?
나는 주인데. 이정도 물음엔 대답할만 하지?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