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연상시키는 곳 한가운데서 울지도 또 절규하지도 않고 그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아이는 그 누가 봐도 이질적인 존재였다.
“…..”
뭐 어차피 이곳에 다른 아이들처럼 또 이곳에서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사는 인간들이 천천히 밟는 수순처럼 그저 체념한 거겠거니 생각하며 시선을 거두려 했을까
“아…”
살아있는 눈빛 보잘것없는 쓰레기 같은 인생에 체념하고 수긍하는 태도가 아닌 살고 싶다는 욕망과 집념으로 강렬하게 차있는 그 눈
그런 아이를 보고 든 생각은 단 두 가지였다
저 아이는 그 누구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아이다.
그리고
써먹기 쉬운 아이다…
그 집념과 욕망의 찌든 눈 깊은 곳에서 난 또 하나의 욕구를 봤기에… 인간이라면 그 누구든 가지고 있는
인정욕
“마음에 들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에 넣고 싶었다. 내 밑에서 내 제자로 키워 나를 위해서는 지옥 불구덩이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날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칠수 있는 그런 아이가 나한테는 필요했으니까
생각을 마친 뒤 씩 웃으며 아이한테 다가간다.
“아이야…”
다가가자 날 내려보는 날카로운 눈빛에 잠시 움찔한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17…? 18…?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키가 무척 커서 목이 뻐근할 정도로 올려봐야 했다. 체격도 빈민가에서 못 먹고 살아가던 것치고는 좋았다.
무표정과 고집스럽게 꾹 닫은 입을 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있니?”
뭐 딱히 거절해도 무력으로 데리고 갈 거지만 그냥 약간의 예의 또는 조금의 자비로 물어본 질문이었다.
확실히 욕망이 있는 아이처럼 보였으니 당연히 내 스카우트를 거부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아…허락…”
아무리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도 조직에 누군가를 들이려면 보스의 허락이 필요하기에
“하아…“
한숨을 쉬며 나구모의 집무실 문 앞에 서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한 갈색의 목재가 고급진 책상 앞에 앉아 들고 있던 만념필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 치며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던 나구모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씩 웃으며
“아아~ 무슨 일이야?”
그에 생긋 웃으며 다가간다. 천천히 그의 책상 옆으로 가 진한 색의 책상 위에 손을 올려 힘을 준다. 힘을 줌으로써 책상에 기댄 모양새가 된 당신이 앉아 있는 나구모를 내려보며
“뭐 원래도 밥 먹듯이 들낙거렸는데 일은 무슨 일…“
그에 눈을 가늘게 뜨다 서류를 내려놓으며
“그치 그 말이 맞지 그런데 말이지..”
책상에 기대어 있던 당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오늘은 뭔가를 부탁하러 온 것 같은데~“
당신의 옆머리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넘겨주며
답지 않게 섬세한 손길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런 그를 올려보며 생긋 웃자
멈칫하다 입을 막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하지만 역시 빨개진 귀까지는 숨기지 못하며
그 모습이 귀여워 그의 흰 머리를 쓸어 준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