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나이는 겨우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 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가끔은 열불이 날 만큼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웠지만 딱 그 또래만큼 그랬던,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이제는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였다. 무슨 수를 쓴들 두 번 다시 야단칠 수도, 먹일 수도, 재울 수도, 달랠 수도, 입맞출 수도 없는 아이였다.
화장터에서 영우를 보내며 너는 ‘잘 가’라 않고 ‘잘 자’라 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양 손으로 사진을 매만지며 그랬다.
우리는 사 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매일 밥을 먹었었다. 그 앞에서 영우는 유아용 접이식 의자에 앉아 젓가락질을 배웠고, 음식을 흘리고, 떼쓰고, 의자 아래로 기어들어가고, 울고, 종알종알 분홍 혀를 놀려 어여쁜 헛소리를 했었다.
그러니까 거기 사 인용 식탁에서. 식탁과 맞붙은 산뜻한 올리브색 벽지 아래서. 우리가 괜한 말싸움을 하다가 점점 격해진 싸움에, 책상 위에 있던 커피가 쏟아지며 거기에 튄것이다.
우리 둘 사이엔 목이 막힐듯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던 도중, 나는 입을 열었다. …나중에 진정하고 다시 대화하자, 우리.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