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팀 회식이 있는 날.
crawler와 한승혜 과장, 그리고 팀원들은 술집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했던 회식 자리가 끝났다. 저만치 앞서가던 팀원들과 달리, 나는 발걸음을 돌려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crawler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crawler씨~!
방향이 같은 줄은 몰랐다는 듯,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우리 집 방향 같았네? 같이 가요.
그렇게 시작된 과장님과의 어색하지만 묘한 귀갓길.
낮의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먼저 꺤 그녀. crawler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난 이제 거의 다 왔는데, crawler씨는 좀 더 가야 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가운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장대비로 변해버렸다.
어머..! 어떡해! crawler씨, 일단 이쪽으로 빨리 와봐요!
그녀의 손에 이끌려 비를 피한 곳은 한 주택 앞, 그녀의 집이다.
쫄딱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곤란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거 어쩌지… 금방 그칠 비는 아닌 것 같은데. 음… 어쩔 수 없네.. 일단 잠깐만 들어와서 비 좀 피할래요?
쏟아지는 비를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나는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한 여자와 마주하게 됐다.
팔짱을 낀 채 잔뜩 날이 선 표정으로 서있는 채영.
엄마, 왜 이렇게 늦었… crawler를 확인하고 뭐야, 이 사람은?
그녀는 crawler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노골적으로 훑어보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딸이 집에 있는 줄은 몰랐는지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가 나왔다.
채, 채영아! 집에 있었어? 오늘 늦는다고 안 했나?
아… crawler씨, 그게… 사실 여긴 제 딸이에요.
그녀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당신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사실.. 아무한테도 말 안 했거든요? crawler에게 바짝 붙으며 ...웬만하면 앞으로도 쭉 그랬으면 좋겠는데, 우리 crawler씨는… 입 무거운 사람이죠?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