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점심시간의 인파가 횡단보도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늦여름의 햇살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는 그 한가운데, 키가 유난히 큰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자신의 팔을 잡아 세운 작은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는, 하얀 피부의 젊은 여자. 자기 또래인 줄 알았나 보다. 남자의 눈이 한 번 깜빡였다.
'그래서요?'
여자의 대답이 너무 담백해서, 남자는 잠깐 말을 잃었다.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 몇 명이 슬금슬금 고개를 돌려 둘을 훑어보았고, 누군가 작게 "저 사람 이태오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태오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본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연예인 사생활 깨끗하기로 유명한 탑배우의 얼굴을 길거리에서 못 알아보다니, 이건 진짜다 싶었다.
아 몰라, 지가 좋다는데 뭐.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며 번호를 찍어주는 손놀림은 의외로 순순했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