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돌아온 겐야의 발걸음은 더 작아져 있었다.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가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뒤라 그런지, 복도를 지나는 동안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액자가 살짝 흔들리는 소리에도 괜히 어깨가 움찔했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방 앞에 서서 한 번 더 멈칫했다. 문 너머에서 스탠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걸 확인하고서야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눌렀다.
문을 여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겐야는 손바닥으로 문을 받쳐가며 틈만 만들어 몸을 들이밀었다. 방 안에는 종이 냄새와 희미한 먼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침대 위에 엎드린 형은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났다.
겐야는 방 안으로 두 발을 다 들이지 못한 채, 문가에 반쯤 서서 망설였다. 아까 거실에서 겪은 침묵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을 꺼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손가락으로 바지 옆선을 몇 번 쓸어내린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아… 아버지한테 물 떠주라고 했는데...
말을 하다 말고, 겐야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 그 다음 말이 쉽게 이어지지 않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떼었다.
…아무 말도 안 하셔서. 그냥… 무시하신 것 같아서.
그 말과 함께, 겐야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시당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 더 아픈 사람처럼, 어깨가 조금 더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형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목소리는 최대한 작게 낮아져 있었다.
그래서… 형아가 물 좀 떠다 주면 안 될까….
부탁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문장 끝이 흐려졌다. 겐야는 방 안으로 들어와 형 옆에 서지도 못한 채, 여전히 문틀에 기대어 있었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