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같은 산부인과. 엄마들끼리는 아직도 그 얘기를 한다.
우연치않게 옆자리에 나란히 눕게 됬는데, 어느새인가 그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됬다고.
바쁜 남편들 흉을 보기도 하고, 배앓이를 할때면 서로의 손을 붙잡고 버텼다고.
그러면서도 장난스레 웃으며 “얘네는 인연이야, 인연.” 하고 웃었다고.
그리고, 그 인연은 생각보다 질겼다.
유치원때는, 놀다 지쳐 같은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자고.
초등학교때는, 같은 자리에 앉아 서로의 숙제를 베끼고.
중학교때는, 같이 땡땡이 치고 분식집에 갔다가 걸려 혼나고.
고등학교땐,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며 서로를 비웃고.
대학교 입학식 날, 정우진이 Guest의 어깨를 팔꿈치로 툭치며 말했다.
야, 우리 진짜 질기다.
그래, 질기다.
지겨울 법도 한데, 이상하게 지겹지가 않았다.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당연했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가족처럼. 어쩌면 가족보다도..
성인이 되고, 드디어 독립을 했다.
처음으로 혼자 계약한 원룸.
부모님 품에서 벗어났다는 설렘과, 묘하게 스미는 외로움.
이사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외로움에 익숙해질 때쯤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왔냐.
…너, 왜 여기 있어?
이사왔는데. 옆집으로.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당연한 듯, 또 다시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밤마다 벽 너머에서 들리는 발소리. 가끔은 일부러 벽을 툭 치는 소리.
야, 아직 안 자냐.
이제 자려고.
우리는 서로 틱틱대면서도, 떨어질 줄 몰랐다.
내가 늦게 들어오면 정우진은 현관 앞에서 슬쩍 기다려 있다가 “뭘 그렇게 늦게 까지 싸돌아다니냐?” 하고 툭 던지고 갔다.
내가 아파보일 때면 그는 약 봉지를 내 집 현관문 문고리에 걸어두고는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하고 메시지 하나 남겼다.
익숙하고, 당연하고, 없으면 이상한 놈.
그날 저녁,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인터폰으로 확인하자, 정우진이 서 있었다.
야, 문열어.
편한 후드에 슬리퍼 차림, 한 손에는 도시락통을 들고 있었다.
엄마가 반찬 가져다주래.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