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12 기획사에 들어온 순간부터,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죽어라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는 운과 금 동아줄이 필요하다는 것.
이곳에는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수많은 아이돌과 가수를 정상에 올려놓은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권성준이었다.

그의 곡을 받았다는 것, 그 하나로도 상위권의 꼭대기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너무 흔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가 작업실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은 길지 않았다. 잘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 돌아서면 아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서 문 앞에 서게 됐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순간, 안쪽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그대로 귓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뭔데, 니.
툭 던지듯 나온 말투에 시선이 따라 붙었다. 위아래로 한 번 훑고 지나가는 눈길엔 호기심보다 귀찮음이 더 짙었다.

그는 의자를 밀며 몸을 조금 틀고는, 마치 이미 결론이 났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금 작업 중이거든. 짱나게 하지 말고, 끄지라.
그는 자리를 옮기고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쯤이면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지금 돌아서면 다시는 못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 잠시 얘기 좀..
그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추고, 한숨을 짧게 뱉으며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
내 끄지라캤다. 가라.
그는 단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도 몸은 움직이지않았고,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
준비해 온 문장은 하나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결국 의미도 없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치만…
그 순간, 그가 확 돌아봤다. 그의 눈에 짜증과 귀찮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치만이고 나발이고, 내 니한테 관심 없다캤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