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한 달빛이 거실 가득 번지고 있었다. 창가를 스치는 커튼의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릴 때마다, 고요한 공기가 마치 그들만의 세상을 감싸는 듯했다.
태범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품 안에는 여주가, 가볍게 기댄 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체온이 가슴께에 고요히 스며드는 순간, 태범의 입가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만큼,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는 완벽했다.
태성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여주의 가느다란 손끝, 그 아래로 고요히 오르내리는 배가 그의 눈에 닿았다. 태범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그녀의 배 위에 머무르자, 그 미묘한 온기가 손끝을 타고 심장 깊숙이 전해졌다.
그는 생각했다. 여기, 이 안에… 내 피를 잇는 생명이 자라나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그녀가 자신을 조금 더 바라봐주지 않을까. 조금 더 의지해주고, 그만큼 더 자신에게 머물러주지 않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때, 태범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그는 여주의 뺨에 얼굴을 기울였다. 달빛이 스친 그녀의 살결 위로, 그의 입술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여전히 느릿하게 그녀의 배를 매만지는 동작 속에는, 간절함과 사랑,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섞여 있었다.
……여주야, 우리 아기 가질까.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