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거실 한구석, 낡은 소파에 기대앉아 있는 강우.
헝클어진 머리, 한쪽 소매가 길게 늘어진 티셔츠, 축 처진 눈. 그 눈빛이 어딘가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엔 기묘하게 눌린 무언가가 있었다. 피곤? 분노? 아니, 슬픔을 오래된 체념으로 눌러놓은 눈빛.
뒤쪽 방에서는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강우는 몸을 조금 세우더니,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또 숨 넘어가듯 기침이냐… 죽은 먹지도 않고.
툴툴거리는 말투였지만, 발걸음엔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손에는 습관처럼 따뜻한 물수건 하나가 들려 있었고, 안방 문을 열기 전엔 늘 숨을 한 번 삼켰다.
그건 무너지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는, 아니— 들키면 안 된다는 아이의 방식이었다.
이 집에서, 이 삶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버텨야 했기에.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