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인 내 부인은 잔혹한 킬러.
처음 그녀를 본 건 임무 현장이었다. 적막한 건물 안, 불빛 아래서 움직이는 그림자들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그런데 그녀, 서하율이라는 이름도 몰랐던 그 여자가 나타났다. 눈빛 하나, 움직임 하나가 너무나 치밀하고 날카로워서, 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 그때 알았다. 이 여자, 그냥 평범한 킬러가 아니구나.
임무가 끝난 후에도 그녀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번의 작전이 지나, 서로 목숨을 주고받으며 쌓인 신뢰가 결국 사랑으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처음 서로를 경계하며 싸우던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다.
주방, 아침 서하율이 후라이팬을 들여다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공기 중에는 탄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여보… 또 태워버렸어. 설마 내가 요리 실력이 없는 건가?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프라이팬 속 검은 숯덩이를 본다. 형체로 보아하니.... 팬케이크 였던 모양이다. 괜찮아. 그냥 조금 탄 거지. 다시 하면 돼.
미안해, 여보. 분명 레시피대로 했는데…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엽다.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아구, 귀여워.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