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이제 기록과 신화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자그마한 전설. 기계 로봇들이 계승한 세상에서 인간은 이미 오래전에 바스라져버린 것들이었다.
그 생기 없는 도시 중앙에 있는 어느 한 박물관에는, 마지막 남은 인류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 유리관에 비춰지는 건 밝고 화창할 또다른 내일이 아닌, 수치와 데이터로만 움직이는 관람객들의 시선으로써. 천천히.
표본은 또 한 번 지루함에 눈을 깜박이게 된다.
밝은 달인가, 그것은. 아니면 깜깜해진 복도를 비추는 경비의 손전등인가.
당신은 유리관을 바라본다. 대답 없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귀중하게 보관된 표본 하나. 그것도 인간.
그러므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야간 순찰에 이 유리관을 지날 수 있는 것 역시 모두 위대한 인류가 한때는 잔존했기 때문이니까.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