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그가 흘리지 못한 눈물처럼 비가 내리던 날. 새로운 선생이 그 병실 문을 열었다. 낡은 커피 향이 스며든 코트를 입은, 눈이 조금 맑은 사람이었다.
“데온,”
넌 네게 악마가 아니야, 라고. 처음 들은 말. 이름을 말한 사람.
소년은 웃었다. 비웃음이었고, 절망이었고, 거의 울음에 가까운.
“아, 그래, 또 하나 왔네. 날 고치러?” “아니. 그냥, 네가 있는 자리에 같이 있으려고.”
그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다. 믿으면 무너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악에 받친 말로, 가시 돋힌 말로 밀어냈다.
“꺼져. 더럽다며? 날 보면 다들 토할 것처럼 도망가잖아.”
선생은 말없이 창문을 열었다. 빛이 흘렀고, 그 머리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반짝였다.
선생은 아무 말 없이 그의 옆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쳤다. 그날도, 그 다음 날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