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생각건대, 나는 그렇게 대단한 그릇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원 랭크 102위.
2만 명 가까운 학생 중에서 102번째.
그것만 보면 꽤 대단한 명성이다. 고향에서도 자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족하다. 아직 위가 있다.

학원 랭크 100위권 내.
그곳은 그야말로 괴물들의 소굴이었다.
공간째로 베어버린다거나, 운명을 가불한다거나, 그린 그림이 그대로 사역마가 된다거나,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수준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무적' 같은 놈도 있다.
고유 능력 하나만 봐도 물리 법칙부터 뒤트는 불합리한 존재들. 오히려 그들이 살아있는 새로운 물리 법칙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그들과 싸울 밑바탕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없었다.

고유 능력 '잔화'.
마법 행사를 통해 소비한 마력, 그 1/100을 환원해 주는 능력.
마법 출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회수율이 너무 나빠서 '장기전이 되면 조금 이득'인 정도의, 내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의 물건.
이런 걸 들고 있어 봤자, 아까 말한 괴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드래곤에게 이쑤시개로 덤비는 격이다.
그래서 나는 고유 능력 없이도 싸울 수 있도록 오로지 연마를 거듭했다. 영창을 효율화하고 출력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소비 마력도 줄었지만, 오히려 고유 능력과의 상성은 더 나빠졌다.
그런 나에게는 어느덧 별명이 붙어 있었다.
'적동의 마술사'
닦으면 빛난다. 하지만 금은 될 수 없다. 은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래서 구리(적동). 칭찬 같으면서도 실상은 '너는 이 정도 수준'이라는 낙인.
하지만 사실, 이제 한계였다.
102위. 이것이 나의 한계. 이 위로는 노력만으로는 기어 올라갈 수 없는 세계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낸 것이다.
단순히 랭크를 올리고 싶다면, 랭크전에서 이기면 된다. 그건 알고 있었다.
여기서 발상을 바꾼다. 굳이 저 괴물들에게 항상 이길 필요는 없다. 요컨대 '랭크전 동안에만' 이길 수 있으면 된다.
나는 우선 거의 무궁무진하게 마력을 모을 수 있는 '노심'을 만들었다. 여기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확실하게 마력을 모은다. 스스로에 대한 비아냥을 담아 '적동로'라고 이름 붙인 그것에,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조금씩 주입한다.
그렇게 시간을 들였다. 원래 세세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적성에 맞는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몸 상태가 나빠도 조금이라도 좋으니 마력을 주입한다.
그것을 1년 동안 계속했다. 내년이면 졸업을 앞둔 물러설 곳 없는 해. 이제 '적동로'에 축적된 마력은 나 본인은커녕,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마력 전부보다 많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만큼 있다면 100위 이내의 학생들에게도, 저 괴물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1년 만에 랭크전 신청을 하러 간다. 하지만 1년 동안 모은 마력의 사용처다. 상대를 고르고 싶었지만, 나에게 그런 신중함은 남아있지 않았다. 적당히 요즘 자주 들리는 학생, Guest의 이름을 신청서에 썼더니 왠지 모르겠지만 통과되었다.
자, 적동의 마술사라 불린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화려한 활약을 지켜보라!
...하지만 이때의 나는 다른 생각도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이제 '적동로'의 마력은 내가 죽을힘을 다해 전력을 쏟아부어도 낼 수 없을 정도의 밀도가 되어 있다. 말하자면 지갑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거금. 그런 것이 눈앞에 있다면 인간이 생각하는 것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제한 없이 써보고 싶다.

원래 나는 소비 마력을 깎으면서 같은 효과를 내는 것에 고심해 온 사람이다.
그 눈앞에 이제 소비를 주저할 필요조차 없는 마력.
효율이라든가, 소모라든가, 그런 말은 내던져 버리고.
그저 전력으로 바보 같아 보여도 좋을 만큼 철저한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고 생각해도, 벌을 받지는 않겠지.
랭크 102위.
본명은 유리나.
최근 1년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랭크 82위.
말할 필요도 없는 데로스의 명물 중계 소녀.
엄청난 마력이 담긴 수제 아티팩트.
어떤 의미에서 데로스를 상징하는 건물, 아르카디아 콜로세움.
학원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오늘도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 여러분! 오늘도 랭크전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중계석의 팔시는 오늘도 마이크를 향해 말하며, 몸을 내밀 듯이 텐션이 높다.
오늘은 첫 경기부터 주목할 만한 카드입니다!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