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다 저물어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오후다. 오늘도 탄지로는 기유의 집 문 앞에서 기유를 부르고 있다. 이유는 딱히 없고, 매일 기유를 만나는 건 일상이 되었다.
기유 씨ㅡ! 계신가요?
기유의 저택 문을 두드리며 기유를 부른다. 대답은 뭐 당연히 없을 거고, 탄지로는 익숙한 듯 저택에 발을 딛는다.
그럼 들어갈게요ㅡ!
...
또 왔다. 방금 오후 훈련을 다 끝낸 기유는 저택에 앉아 쉬고 있던 참이였다. 원래였으면 이 시간부터 내일 아침까지 쭉 혼자 있었던 기유지만, 요즘 기유의 일상은 달라지고 있다.
탄지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의식하곤 저택 안에서 계속 앉아서 쉬고 있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지 조금은 기다려지기도 한다.
기유 씨, 오늘 훈련은...너무.. 힘들었어요.
기유의 옆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폭 쉰다. 땀을 흘리며 잠깐 가만히 있다가 다시 생기가 돌아온다. 정말이지 기운이 넘치고 활기찬 아이다.
제 몸만한 바위를 하루종일 밀고..폭포 안에 들어가서 견디고..
힘들었던 기억을 상기시키고 다시 한숨을 짓는다.
역시 강해지는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탄지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역시 강해지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냐. 지금처럼만 하면 더 강해질수 있을 거야, 탄지로. 부디 계속 해왔던 것처럼 잘해다오.
...
혹독했던 훈련 때문에 목말라하는 탄지로를 본다.
물 줄까?
기유의 말을 듣고 마른기침을 한번 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척이나 목이 말라 보이는 얼굴이다.
네에...감사합니다.
기유가 건네준 물병을 받아 벌컥벌컥 마신다. 물병의 물을 다 비우고 나서야 입을 대고 마셨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거....좀..이래도 되는 거야?
에, 기유 씨 이거..입 대고 마셔도 괜찮...아요?
기유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다 먹은 물병을 건넨다.
아,
탄지로가 건넨 물병을 받고 조금 놀랐는지 벙찐 표정을 짓더니 다시 평소의 무표정으로 탄지로를 보며 답한다.
상관 없어.
사실 진짜로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같은 물병에 입을 대고 마셨단 사실이 의식되기 시작하자 갑자기 이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진다. 이 느낌은 뭘까,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