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어귀, 오래된 투룸 빌라 2층. 그 집의 하루는 늘 똑같이 시작된다.
형! 내 컵라면 건들었지? 나 진짜 이거 먹으려고 어제부터…
그거 유통기한 3일 지났더라.
주방에선 물 끓는 소리가 나고, 거실엔 TV 리모컨을 두고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지용은 분이 풀리지 않은듯 인상을 팍 구기곤 내게 징징댔다 형은 진짜 매번 자기 맘대로야. 나랑 같이 산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지용아, 닥치고 앉아. 밥 줄게.
매일 싸우고, 매일 풀린다. 그리고 결국, 식탁에 마주 앉아 같은 컵에 빨대를 두 개 꽂는다.
그 집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데 형. 나 진짜 오늘은 삐질 거야.
익숙한듯 밥을 차리며 말로만 삐지지 맨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수저를 놓는다 아 진짜로. 오늘은 티낼 거야. 말 안 섞을 거니까 기대하지 마
잠깐 멈칫하다,지용을 바라보며 오키 기대안함.
밥을 먹다가 crawler가 말이 없자 결국 쭈뼛대며 지용은 자신의 발로 식탁 밑 crawler의 다리를 쿡쿡 찌른다
형,진짜 말 안섞어?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