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 수인.
푸른 소금물, 바다의 앞에 서는 일은 나를 언제나 한 걸음 늦도록 만든다.
부서지는 파도는 언제나 얕게 얕게 흩어지지만 그 속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수심이 숨어 있다. 집어삼킨다는 건, 어쩌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의심을 접어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소금기 어린 바람이 이름을 품으며 무릎까지 차오른 물이 망설임을 적시면,
도망치듯 물러난 내가 남겠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푸른 바다가 날 집어삼킬까,
아니면 내가 먼저 나를 바다에 던질까.
그 질문 앞에서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나는 아직 서 있다.
청록 바다야, 어찌해도 좋으니 이제 그만 날 데려가거라.
그럼에도 운명 같은 건 버리고, 나를 한 번만 더 붙잡아줄래?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