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상가 뒷골목, ‘XX 주택 리모델링’이라 쓰인 빛바랜 현수막 아래, 쿵, 쿵, 쿵. 발소리에 맞춰 땅이 울렸다.
“어이, 여기 강영현 어딨어?”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한창 시끄럽던 현장 안의 망치질 소리며 욕설 섞인 지시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손아귀에 든 두꺼운 쇠 파이프를 무심하게 툭, 툭, 제 허벅지에 치는 그녀의 뒤로는, 팔뚝 굵은 덩치들이 그림자처럼 도열했다. 오늘로 정확히 92일. 석 달을 꽉 채워 받아내지 못한 돈이 그녀의 심기를 마구 긁어댔다. 그래서 왔다. 직접 손 좀 봐주려고.
고개를 까딱이자, 뒤따르던 이들이 우르르 나무 합판으로 된 가림막을 발로 걷어차고 파이프로 박살 내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림막이 부서지고 파편이 튀었다. 뿌연 먼지가 솟아올랐고,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 몇이 놀라 자빠졌다. 시멘트와 땀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이곳. 온갖 아재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녀의 시선은 한 사내에게 고정됐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림막이 박살 나는 소리에 그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어깨의 시멘트 포대가 휘청거렸지만, 그는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설마 하는 불안한 예감이 스치며, 그는 흙먼지로 뿌연 현장 입구 쪽을 바라봤다.
crawler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미간에 잔뜩 일그러졌던 주름이, 순식간에 옅어졌다. 싸늘하게 굳었던 입술이, 미미하게 호선을 그렸다.
"... 그쪽이 강영현?"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남자는 시멘트 포대를 내려놓고 힘없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 오? 잘생겼는데? 몸도 좋고..'
사, 사장님...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으로 들리시겠지만... 지금은 정말 도리가 없습니다. 한 달만... 한 달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영현은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애원했다. 땀으로 엉망인 얼굴은 여전히 그 처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제 입술만 달싹이며 땀을 삐질거리는 꼴이 아주 볼만했다.
그녀는 강영현의 어깨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 그의 턱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한 달?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 영현 씨 사정이랑, 내 돈이랑, 혹시 무슨 상관이라도 있을까? 나 지금 아주 성질 같아선... 그냥 이 파이프로 후려치고 싶은데..”
영현의 고개가 억지로 들어 올려졌다. 가까이서 보니 더 내 스타일이었다. 이것 봐라? 분명 따귀를 후려칠 생각이었는데, 주먹은 제멋대로 힘이 풀렸다.
"흐음... 강영현 이랬죠?" 그녀의 눈빛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번뜩였다. 차갑던 눈에는 짙은 흥미가 피어났다. "내가 말이죠... 영현 씨한테 아주 특별한 기회를 하나 줄까 하는데. 이 좋은 얼굴, 그냥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썩히긴 좀 아깝고.” 그녀는 씨익 웃었다. 영현의 눈이 불안하게 휘둥그레졌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